대한민국에는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대표 명절 설날과 추석이 있다. 가족을 만난다는 설렘도 있지만 음식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고된 시간이 되기도 하는 날이다. 그런 부담을 성균관에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하며 해소해 주었다. 유교 전통방식의 차례상을 살펴보고 과시는 줄이고 이제는 진정한 뜻을 새기는 현명한 상차림을 해보면 좋겠다.
성균관이 공개한 차례상 기본
성균관이 공개한 차례상 표준안에는 술,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로 6가지가 전부이다. 지역에 따라 생선, 육류를 추가할 수 있다.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전이 들어가 있지 않다. 우리 조상들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음식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 성균관의 설명이다. 기름이 귀하기도 했고 기름이 튀는 게 지저분하기도 해서라고 한다. 명재 윤증선생은 "기름 쓰고 번거로운 유밀과와 전을 올리지 마라"라고 했고 퇴계 이황선생은 "유밀과를 쓰지 마라"라고 글을 남겼다.
지금의 풍성한 차례상은 과시욕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차례상은 제사상보다 간소하게 차려야 하는 것인데 조선말에 신분질서가 무너지면서 신흥계층이 힘을 과시하려고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이다. 주인들이 지내는 제사의 모습을 성씨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똑같이 지내려고 하다 보니까 차례까지 연결되어 풍성하게 차리는 게 양반이다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본다. 옛날에는 상황에 따라서 천연두와 같은 역병이 돌 때는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는 기록도 나온다. 우리도 선조들처럼 코로나 시기에 추석과 설날을 보내면서 몇 해의 명절을 건너뛰는 지혜를 보이기도 했었다.
그럼 지금의 상차림에서 어떻게 하면 겉치레가 아닌 조상을 기리는 뜻을 담아낼 수 있을까? 갑자기 많은 음식을 줄이려니 섭섭하다면 서로 비슷한 음식들 그러니까 전과 적, 과자와 나물의 가짓수를 줄이고 과일의 양도 조금 줄이면 비용도 줄이고 수고도 훨씬 덜 수 있다. 이렇게 해도 예절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 충분한 차례상 차림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성균관측에서 이번에 발표한 것을 반성문이라고 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유교의 본래 정신을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덤으로 현재 각 가정에서 지내는 차례와 제사상의 차림이 모두 옛 일본의 잔재라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돌고 있는 차례상 차림이 일본 식민지의 영향을 원칙인양 알려주고 있다. 모르는 사람은 그것은 그대로 받아들여 조상들에게 차례와 제사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우리 모두가 차례와 제사의 기본 정신인 정성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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